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저

 '로맹가리의 소설을 읽고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혹자의 이런 감상은 로맹가리의 소설을 표현한 문장 중에서 가장 정제되고 적확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배반당한 인간성에 대한 믿음, 감춰진 (아니, 감춰져있는 것이 더 나은) 불편한 진실들에 대한 16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로맹 가리의 작품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이런식으로, '아- 씨발-') 그의 문자들은 독자들에게 끝이 보이지않는 무력감을 안겨주고 만다. 사람은 무섭다. 인간이란 어찌나 복잡한지, 나 조차도 나 자신을 모르게 된다. 빛이 들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깊은 바닷 속을 두려워하고, 너무 넓어 그 끝을 모르는 우주를 상상하지만 정작 우리가 가장 알지 못하는 것은 내 눈앞에 웃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의 속내인 것을-. 그 안에 담겨진 고통과 공포, 모순된 감정들을 소설 속에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로맹 가리의 섬세한 문체에서 전율이 느껴진다. 음흉한 비웃음 소리로 가득찬 어둠 속으로 내몰리는 기분이었다. 페루의 바닷가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를, 모든 것을 떠나온 그를 다시금 흔들어 놓은 것은 바로 희망, 그 병신같은 희망 하나였다. 너무나 순간이었던 그의 순수한 희망은 결국 그를 다시금 홀로 남겨둔채 떠나간다. 무엇때문에 새들이 리마 근처의 해안까지 몰려와서 죽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의 작은 희망이 왜 그 외로운 해안에 찾아와 죽으려는지 모르는 것처럼.

 '이 새들이 모두 이렇게 죽어 있는 데에는' 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이유가 있을 거요.'
 그들은 떠나갔다.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여자는 모래언덕 꼭대기에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주저하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곳에 없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카페는 비어있었다.

 규칙상 작가 한 명의 일생에 단 한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콩쿠르 상에 빛나는 당대 프랑스 최고의 작가, 로맹 가리는 어느날 갑자기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결전의 날'이라는 제목의 그의 유서에는 철저히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던 또 다른 콩쿠르 상 수상 작가, 에밀 아자르가 사실은 로맹 가리였다는 놀라운 폭로와 함께 이런 말들이 적혀있다.

 진 세버그(영화 '네 멋대로 해라'의 히로인이자, 그의 두번째 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상심한 마음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다른 데다 호소하도록 초대받는 법이다.
 사람들은 아마 신경쇠약 탓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 신경쇠약이라는 것은 내가 성인이 된 이후 계속되어 왔으며, 내 문학적 작업을 완수하게 해주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인가? 아마도 <밤은 고요할 것이다>라는 내 자서전적 작품의 제목과, `사람들이 달리 더 잘 말할 줄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내 마지막 소설의 마지막 말 속에서 대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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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1 17:21 2009/04/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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