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저

 이 작품이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후보에 올랐을 때, 다른 후보자들은 "이런 훌륭한 작품과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우리 중 부팔리노와 경쟁할 작가는 아무도 없다."며 전원이 자진사퇴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마치 한 편의 멋진 희곡같이 느껴진다. 나는 그 열정적이고 화려하면서도 정돈되어 있는 깔끔한 표현들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 소설에서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말하는 부팔리노의 세련된 표현력은 과연 놀라웠다. 작가의 천재성은 여기서 그칠 줄 모른다. 그는 고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소설 안에 독특한 방식의 패러디와 오마쥬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독창적인 고전의 재해석은 소설에 깊은 맛을 더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스토리 상에 존재하는 긴장감의 끈을 절대로 놓지 않는다. 반역을 모의하다 체포된 네명의 사형수들에게 그들 중 어느 하나라도 주동자의 이름을 밝히면, 비밀보장은 물론 모두를 살려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이 주어진다. 그러면서 네명의 동지들은 삶과 죽음, 대의명분과 삶의 의지 사이에서 세속적인 갈등에 휩싸이며 공포와 죄책감을 느낀다. '우리의 죽음이 역사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개죽음일 뿐인가' 하는 질문 역시 그들의 마지막 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숨막히는 반전과 그에 이어 다시금 모든 것을 뒤엎는 또 다른 반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들의 흥미진진한 하릇밤은 짜임새있고 충격적이다.

 마지막 밤 사이에 그들이 죽음 앞에 쏟아내는 삶의 고백은 마치 고해성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의 모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있었지만 사실 그 움직임의 근원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 잃어버린 자아, 오래된 복수같은 것들이 있었다.

 세속 재판소에서 자네들에게 형을 내렸고, 하느님의 재판소에서 조만간 자네들을 벌줄 테니, 내가 또다시 세번째 심판관 노릇을 하고 싶진 않네. 하지만 분명 지금까지 어떤 문제에선 속마음과 달리 행동했네. 자네들은 내 눈에 악당, 허약한 인간, 바보로 보였어. 거창하게 허풍을 떨지만 그 아래엔 차가운 허약한 영혼이 있지.

 하지만 어둠의 문턱에서 자네들이 신, 악, 죽음 같은 큰 질문들을 소소한 인간사 즉 왕, 헌법, 행복, 구원, 명예같은 작은 질문들과 혼합해서 얘기하는 것을 듣고 마음 속으로 줄곧 분노를 금치 못했어.

 '하릇밤의 데카메론'을 제시하여 네명의 사형수들이 고해하듯 털어놓은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고 난 치릴로 수도사의 이같은 신랄한 비판과 조롱은 소설이 말하고자 했던 첫번째 메세지를 고스란히 담고있다. 하지만 최후의 반전에서는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메세지들이 등장한다. 존재의 모호함과 실존에 대한 깊은 질문까지 끄집어냄으로써 소설은 비로소 소름끼치는 결말로 치닿는다. 그 날 밤의 폭풍우처럼 세차게 흔들리는 그들의 고뇌를 보여주면서 작가는 독자들 앞에 계속해서 새로운 담론을 꺼내놓고 있었다. 내가 결말을 말하지 않음은 이 작품을 읽을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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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1 17:46 2009/04/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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