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2008
감독 미쉘 공드리, 레오 까락스, 봉준호
출연 아오이 유우, 카가와 테루유키, 타케나카 나오토, 카세 료, 후지다니 아야코, 츠마부키 사토시, 드니 라방
이 영화는 소소한 사건들을 담아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특별한 판타지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너무나 사소해서 또는 너무나 오래되서 잊고 있던, 아니면 잊고싶은 이야기들을 대도시 도쿄를 배경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내 생각에 이 영화는 사실 특별히 도쿄여야하는 이유는 없었다. 뉴욕이어도 좋았고, 서울이어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본의 보습이다.
첫번째 이야기, 인테리어 디자인, 미쉘 공드리의 유쾌한 상상력
영화 상영 중간에 연기를 피우는 말도 안되는 영화기법에도 사람들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칭찬일색이다. 비루해보이는 남자친구, 이 놈 뭘해도 되는 놈이다. 이런 남자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자 히로코는 거짓말을 하게되고, 그로 인해 갖은 고생을 겪는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도움을 주어도 결국 세상은 자신과 멀어져만 간다. 친구는 방안에 앉아서 한가하게 잡지나 오리고 있는 히로코는 쓸모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의자가 된 그녀는 가만히 그자리에 서있는 의자도 사랑스럽고 쓸모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삶에 만족을 얻는다. 자신의 쓸모없음이 어딘가에서는 가치있는 일임을 말하고 있는 공드리식 동화다.
광인 메르드의 혐오스런 모습은 도쿄의 땅 속에 깊숙히 묻혀있던 숨기고싶은 과거다. 메르드가 사는 지하에는 부서진 탱크가 있고 젖고 더러워진 욱일승천기가 널부러져 있다.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군국주의는 반성이 없었고, 아직 그들의 심장 아래에 그것들이 숨어있음을 은유하고 있다. 메르드는 아마 전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럽 어느 연합군의 영혼일 것이라고 생각해보았다. '나의 어머니는 성녀였다. 그런데 당신들이 그녀를 강간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들의 아들이다.'고 말하는 메르드. 제국주의의 상징인 국화와 천황이 그려진 지폐를 씹어먹으며 도쿄 한복판에 수류탄을 마구 투척하는 메르드는 일본인들 스스로가 낳은 괴물인 셈이다. 동시에 그는 늙어버린 신 대신에 과거를 심판하러 온 신의 대리자다. 이 영화는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인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다.
세번째 이야기, 흔들리는 도쿄, 봉준호의 따스한 손길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상상력에 관해서는 앞의 두 명감독들과 비교해보아도 손색이 없는 봉감독과 내가 참 좋아하는 아오이 유우의 만남. 이 영화는 뭔가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고 그로테스크해지려는 봉감독의 최근작보다는 '플란다스의 개(2000년)'시절의 소소한 재미와 따뜻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 히키코모리인 주인공은 10년간 혼자 방안에 있느라 몰랐겠지만 막상 길거리로 나와보니 사실은 도쿄의 모든 사람들이 히키코모리가 되어있었다. 이는 도쿄라는 대도시가 이미 소통의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주인공과 피자 배달 알바녀(아오이 유우)의 만남은 히키코모리 천지인 도쿄를 흔든다. 그녀는 주인공을 흔들고, 주인공은 그녀를 흔들어 놓는다. 그렇게 사랑은 시작된다. 덪붙혀 히키코모리가 10년만의 외출에서 겪는 혼란을 정말 그럴 것같다고 생각될 만큼 실감나게 연기한 '카가와 테루유키'의 연기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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