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김중혁 저
와- 정말 깔끔하고 멋진 작품이었다. 작가가 그려내려 했던 것은 소통의 부재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과는 이야기하지 않는 괴노인이 등장한다. 이처럼 의미없이 붙여진 것이 이름이지만, 많은 작품들에서 이름을 진정성과 연관시킨다. 진짜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진실한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에게는 모두 이름이 없다. 작가가 적은 미래에는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몇 시간이 남아있는지 알려주는 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간다. 이름은 사라지고, 죽음의 순간까지 남아있는 시간이 이름을 대체해버린, 익명성을 넘어선 무명성의 세계가 존재한다. 이로써 진실한 소통은 사라지고, 세상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주제 사라마구의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와 비교해도 좋을만한 미래상이다.)
2021394200은 죽음을 사고파는 킬러다. 곧 죽음을 맞이할 사람 앞에서 여유롭게 담배에 불을 붙이며 '나는 말을 들어줄 뿐, 전달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소통을 꺼리는 남자다. 그런 그가 우연히 휴게소에서 마주친 소녀 '98'(죽는 순간까지 98시간 남았다는 뜻이다.)는 끈임없이 소통을 요구하는 등장인물이다. 소녀의 등장은 스토리 전개상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만, 그녀는 냉정한 킬러의 소통의 벽을 조금씩 무너뜨리기 시작하는 중요한 존재다. 그는 소녀를 만나고 나서 계속해서 소녀와 귀찮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제가 유혹하면 넘어가주실 거예요?"
"아마 아닐걸."
"모자를 벗어도?"
"옷을 벗는 것보다는 낫겠네."
결국 두 사람은 폭죽처럼 신을 향해 쏘아올려진다. 선명한 이미지가 살아있는 작가 김중혁의 멋진 작품은 그렇게 미묘한 끝맛을 남기고 막을 내린다. 우주는 어떤 곳일까. 우주에는 그들이 원하는 따뜻함이 존재하고 있을지. 그것은 우주에 가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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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저
와- 정말 깔끔하고 멋진 작품이었다. 작가가 그려내려 했던 것은 소통의 부재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과는 이야기하지 않는 괴노인이 등장한다. 이처럼 의미없이 붙여진 것이 이름이지만, 많은 작품들에서 이름을 진정성과 연관시킨다. 진짜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진실한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에게는 모두 이름이 없다. 작가가 적은 미래에는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몇 시간이 남아있는지 알려주는 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간다. 이름은 사라지고, 죽음의 순간까지 남아있는 시간이 이름을 대체해버린, 익명성을 넘어선 무명성의 세계가 존재한다. 이로써 진실한 소통은 사라지고, 세상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주제 사라마구의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와 비교해도 좋을만한 미래상이다.)
2021394200은 죽음을 사고파는 킬러다. 곧 죽음을 맞이할 사람 앞에서 여유롭게 담배에 불을 붙이며 '나는 말을 들어줄 뿐, 전달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소통을 꺼리는 남자다. 그런 그가 우연히 휴게소에서 마주친 소녀 '98'(죽는 순간까지 98시간 남았다는 뜻이다.)는 끈임없이 소통을 요구하는 등장인물이다. 소녀의 등장은 스토리 전개상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만, 그녀는 냉정한 킬러의 소통의 벽을 조금씩 무너뜨리기 시작하는 중요한 존재다. 그는 소녀를 만나고 나서 계속해서 소녀와 귀찮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제가 유혹하면 넘어가주실 거예요?"
"아마 아닐걸."
"모자를 벗어도?"
"옷을 벗는 것보다는 낫겠네."
결국 두 사람은 폭죽처럼 신을 향해 쏘아올려진다. 선명한 이미지가 살아있는 작가 김중혁의 멋진 작품은 그렇게 미묘한 끝맛을 남기고 막을 내린다. 우주는 어떤 곳일까. 우주에는 그들이 원하는 따뜻함이 존재하고 있을지. 그것은 우주에 가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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